이번에 학회를 굳이 다녀와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굉장히 머릿속이 복잡해서 한 1년간 어쩔줄을 몰라하자 부모님이 권해주신 방안이었습니다. 행선지는 오스트리아로, 베를린에 있는 친구를 중간에 만나고 베를린도 다녀올 겸(사실 베를린에 관심있는 곳이 있었는데 ...여러가지 사정으로 다녀오길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중간기착지를 프랑크푸르트로 하고 오스트리아를 다녀오는 일정을 꾸렸습니다.
물론 오스트리아에서는 말 그대로 열심히 공부하는 범생이로(조금 지나친 감도 없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학회장-숙소만을 오락가락하며 보람찬 닷새+지겨운 사흘+춥고 문화로운 이틀(?)을 보냈지만 프랑크푸르트부터..하여간 독일에서의 일정은 엄청나게 즉흥적으로 조작한지라 일정 자체도 좀 잘못짰고 베를린에 가서는 몸살까지 살짝 난데다 베를린에 비까지 많이 내려서 가져간 여름옷을 다 입고 친구에게 기모로 된 스웨터까지 빌렸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도착하고 이틀정도는 거의 정신을 못 차리고 몸살기운에 시달렸다고 봐야하구요. 마침 숙소가 친구네 집이 아니고 이레네라는, 친구의 친구가 되는 스페인 아가씨네 집이었는데 욕실이 부스가 아니라 욕탕이라서 제대로 씻기가 곤란하더라구요. 그래서 베를린에서는 못씻고 지냈습니다. 건조한 동네라서 다행이었지 아니었으면 참 큰일날뻔 했습니다.
하여간에 베를린에 가서도 차덕질은 멈출줄을 몰라서, 아아 독일하면 로네펠트와 티게슈벤터! 라고 못을 척 박아두고 반드시 요것들을 저렴하고 신선한 물건으로 사오리라 마음을 먹었지요 한국서...프랑크푸르트 공항에 가면 분명히 면세점이나 백화점에 있을겨...하고, 정말 기대를 많이 했어요. 전에 갔던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에서는 동네 매점에서 파는 듯한 느낌으로 치즈를 포장만 잘해서 팔았거든요. 자국 브랜드들이 뭔가 근사하게 있지 않을까 싶었고...하여간 베를린에서 마지막날은 친구와 여기저기 쇼핑다니고 구입해야할 책들도 좀 뒤졌고(그런데 전문 서적은 구입하려면 며칠전에 주문해야 하더라구요 ㅠㅠ) 그리고..차를 사러 갔는데 말이죠.
베를린에 티 게슈벤더가 없는 겁니다?! 로네펠트 매장도요. 아니 이게 무슨 소리요 기사양반 내 차를 안 팔다니! 마이바흐도 아니고 BMW도 아닌데! 전부 트와이닝과 엘로이스등 국내 구입이 용이한 제품들 뿐이고 그 외에는 품질이 중저가 이하로 떨어지는 제품들이 매대의 80%를 차지하고 있더군요. 그나마도 대부분 허브티인겁니다. 아니 허브도 좋긴 한데 허브는 전체 성분을 다 알아야한다구요 제가 아무리 충격적으로 (한마디도 못하는 상황에서 독일어 회화 폭격을 받으며) 독어를 배워서 아직도 히어링은 조금 되는데다 눈치빨이 왕이라서 이것저것 대충은 읽을 줄 안다고 해도 한계가 있단 말입니다. 그 외에도 충격과 공포였던 것들은 이번에 채파동때문인지 식료품점들이 완전히 통조림공장이 되어있더라구요. 허...
하여간에.. 한편 "이곳에는 차가게가 있으리라"며 저를 데리고 중심가를 다 휘저은 제 친구는 차가게를 세군데나 찾아도 없자 오기가 났는지 멀리 서베를린지역에 있는 베를린 최고급 백화점으로 저를 끌고갔습니다.가는 길에 베를린 관광도 좀 했구요.(버스가 관광노선이라서.) 사실 저는 친구가 저를 베를린 갤러리 동네쪽으로 끌고가주길 바랬는데... 흑흑.. (이것은 살짝 서운한 마음이 들지만 어쨌건 저를 관광시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으니 어찌 남탓을 하리오)
일단 저의 예상으로는 독일쪽이 지금 차보다는 커피가 번성하고 있어서...인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독일 애들도 차를 많이 마시는 애들은 영국차를 즐겨마시고 있고 같은 유로존이라면 굳이 독일차를 마셔야할 이유도 없을거고, 이동네가 한국처럼 민족주의 마케팅을 했다간 미친놈소리를 듣기 딱 좋은 동네니까요. 커피가격이 싸진 않지만 질이 워낙 좋고, 또 일단 커피에 맛을 들이면 차로 돌아오기 참 어려운 것도 사실이거든요.
어쨌건 갔던 백화점은 화려하기 그지없는데다, 결정적으로 원래도 식료품 코너가 이름난 곳인지 웹검색을 하다보니 이곳 식료품 매장에서 음료 및 식품 시식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곳으로 정평이 높으니 음료덕들은 필견인 장소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시식코너와는 좀 다르게, 주문해서 먹어보는 바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위에 사진에 있는 곳은 제가 다녀온 티샵이구요, 그 옆에서는 각종 유럽산 차들을 판매중이었는데 쿠스미도 있고 엘리스도 있고 하여간 없는 차가 없어서 대체 무엇을 얼마나 살 것인가를 두고 대충 두시간넘게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흑흑.
위에 차샵에 있는 커다란 도자기는 눈치채셨겠지만 전부 차항아리입니다. 바로 아래 작은 그릇에 담긴 것은 차들인데, 향이 많이 빠져있기 때문에 직원에게 문의하시면 신삥으로 향을 맡아볼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배합도 많더군요 우롱에 우유를 입힌 것도 있었는데;;; 제발 우롱에다 우유입힌 걸 향빠지게 상온에 두지 맙시다. 우유썩음... )한켠에서 수입차와 채킹이 된 제품을 판다면 이쪽에서는 매우 신선한 차를 그자리에서 퍼서 그램수를 달아서 파는데, 입점 브랜드 제품부터 시작해서 자체 브랜드 제품까지 다양하게 구비한 것 같구요, 종류도 대단한 양이었는데 제가 얼핏 봐서는 센차에 가향을 한 제품과 우롱차쪽의 퀄리티가 상당히 돋보였는데 50G에 대충 3~5유로 정도로 일반적인 동네 홍차들의 100G 정도급의 가격이었는데요, 제가 구입했던 백호은침이 가장 비쌌는데 50G에 약 9유로정도였던 걸 생각하면 가격대 질대비 대단히 저렵하다고 안할 수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백화점측에 인터넷오더를 치는 것은 아니되니 저는 친구편을 이용해서 한번 더 질러야겠다고 마음을 좀 다져먹고 있습니다....ㅋㅋㅋ 친구의 설명에 따르면 로네펠트 모닝듀가 Xg에 얼마 뭐 이런 간판이 적혀있다고 하는 걸로 보아 저것들도 백화점 자체 공수제품만이 아니고 몇몇 브랜드들의 제품을 신선하게 큰 뭉치로 들여와서 신선하게 먹고싶은 손님에게 덜어서 판매하고 있는 것일 확률이 높습니다. 위에 백화점 식료품 코너 소개에 따르면 분명 마셔볼 수 있는 장소도 옆에있었던 것 같은데 제가 환율을 무시하고 폭주하듯 질러대려는 걸 막던 제 친구는 차마 그걸 이야기해주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그냥 앉아서 먹은 거만 질렀으면 2시간이나 매대앞에서 서성거리며 들고있으라고 시키던가 뭐 그런 짓을 하지 않았을텐데 친구야..
요렇게 생긴 차들입니다. 어떤가요 저 개인적인 감상평을 말하라면 세시간이나 뒤지고 베를린을 갈아엎어서 얻을만한 가치는 있는 차였습니다. 정말로. 우리는 게 좀 걱정이 많이 되었는데 경험상 너무 뜨겁지 않은 물로 약 4분정도가 가장 적절했고 탄약차는 아직 우려보지 못했습니다.
어젯밤에 싱나서 이번에는 골든몽키를 우려보았습니다. 솔까말 제가 홍차를 그리 좋아하진 않는데 전홍(저는 운남전홍으로 전홍을 가장 먼저 시작했기 때문에 입에 붙었는데요 절강성것도 있습니다.)만큼은 사랑을 안할수가 없습니다. 고구마향이 살살나면서 매우 달콤한 꿀맛이 나거든요. 여러분들은 누구나 한번쯤 인생에서 첫 홍차의 그윽한 향을 코끝으로 맡다가 그 떫은 맛에 배신당해본 경험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원래 홍차란 게 그런 물건이라고 생각해왔거든요 저는. 전홍을 먹기 전까지는요! 전홍은 안 그래요 정말로 살살살 단맛이 난다능. 그 이유는, 전홍 자체가 매우 어린잎으로 만들고, 어린 잎들은 녹차로 마셔도 독특한 단맛이 나요.감칠맛하고도 살짝 다른 그냥 정말 살살 단맛요. 그게 홍차가 되어서도 더 진해졌달까요. 물론 제가 산 골든 몽키는 잎 자체를 기문이라던가 등등 향이 좋은 차나무에서 재배했거나 꽃가루로 가향을 한게 아닐까 ...솔직한 말로 의심을 좀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정말 꿀맛같은게 나거든요 'ㅁ';;;;;;;이 향이 사라지기 전에 얼른 먹어야할지 아껴마셔야할지 정말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시간은 4~5분정도가 적당하고, 홍차지만 잎이 매우 부드럽기 때문에 물은 일반 녹차를 우릴 때보다 조금 뜨거운 정도에서 우려서 뒤로갈수록 좀 더 물온도를 올렸습니다.
제가 이렇게 긴 차덕 포스팅을 간만에 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물론 저도 가향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물론 마리아쥬나 우리나라에선 지나치게 부풀려진 감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루피시아같은 브랜드가 시중에 많이 유통되는 것 좋게 생각해요. 당연하지만 중국쪽 찻잎이 국내 다원에 비해 질이 상당히 좋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좋은 다원과 접촉하고 꾸준히 품질을 유지하며 유통할 능력이 안된다면, 그렇게 하기위한 노력을 해야만 한다는 거. 그리고 그렇게 하기위해서 중소 상인들이 일구거나 심지어 개인적으로 유통을 하는 사람들의 노력을 우습게 보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최소한 거기 편승해서 이미지 조금 얻어보겠다고 가격만 미친듯이 올려서 백화점 매장에 내놓고 우리 이렇게 고급이야. 제발 이것만은 하지 말아줬으면 싶네요. 요 1년가량에 걸쳐 재벌2,3세 온냐들이 백화점 매장을 고급화시키겠다는 전략이라며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현지에서 사다먹고 말만한 가격으로 마리아쥬나 포숑등의 브랜드를, 그것도 패킹이 완료된 형태를 파는 시스템으로, 그냥 "갖다 팔면서" 고급화 전략이라고 하는 꼴이 참 어이가 없어서 적어보아요.
물론 유럽 백화점이 역시 쩔어. 라는 포스팅으로 읽힐 수 있다는 거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짚고 싶은 점은, 유럽 백화점인 게 아니라 차를 유통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전혀 생각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 매장을 보면서 일년 이년째 짜식하기를 반복하다보니 좀 짜증나서 쓰는 이야기입니다. 오스트리아에서도 제가 차덕질만은 멈추지 못하고 어느 할머니가 하는 차가게(찻집이 아닌 차가게)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할머니와 저는 언어라는 거대한 장벽이 있었고 저는 거기서 장장 한시간가량을 사투를 해야했습니다. 그러나 할머니는 자기네 가게에서 추천할만한 차가 담겨있는 큰 통을 (어느 차가게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뚜껑을 열어 향을 맡아보게 해주었고 찻잎에 대해서 설명해주고(제가 독어를 한다고 하긴 어려워도 각 내용물 성분 설명은 모두 알아듣습니다.) 제 반응을 보고 덜어줬구요, 마지막에는 자기네 차 리스트와 함께 오더를 할 수 있는 연락처와 차를 내리는 온도 및 주의사항이 적힌 종이를 줬습니다.
ㄹㄷ든 신나라든 외국 브랜드 가져다가 팔생각 하지 말고 국내 다원 잘 발굴하란 말이요.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ㅇㅅㄹ 완전 칭찬하거든요? ㅇㅅㄹ은 차덕이 뭘 원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슴. 아직 차덕들보다 민간인이 더 많아서 판매법이 발전하질 못 해서 그렇지, 차곡차곡 어워드도 나가고 국내 다원도 꾸려가면서 장기전을 노리고 있슴. 대기업이지만 20년 30년후를 보고 사업꾸리는 거 보면 참 근사해요. 차도 명품과 럭셔리 문화의 일부이긴 하지만, 그렇다면 그걸 즐기는 사람이 무엇을 원해서 하는지 정도는 생각을 하고 샵을 여셔야하지 않소? 하다못해 마리아쥬 벤치마킹이라도 해보던가. 이 인간들은 차향이 가게에서 섞일까봐 커피를 팔지말지 일년째 고민하는 내 친구 M모씨만도 못함. 돈도 많으면서, 차를 향유하는 문화는 수입하려고 하면서 무슨 명품모피 수입하듯이 대충 임포트하고 잘 아시죠? 후랑스의 고급 그랜드, 향이 정말 좋구요, 웨딩 임페리얼이나 마르코폴로가 정말 잘 나갑니다. 하고 매장앞에 잘보이는 곳에 비싸게 진열하고 끝이심? 누가 모르냐고?
녹차 유통기한은 1년임. 센차든 뭐든. 똑바로 홍보할 수가 없다면 말라비틀어진 해외차 돈쳐드여서 수입하지 말고 국내에서 미친듯이 좋은 잎을 찾아내든가 만들던가 발굴하던가,그래서 신선하게 공수하라구. 백화점 주인이란 인간들이 왜 그모양이야? 고급백화점에서 비싸게 팔면 다 고급인줄 알아? 울나라는 기호식품 관세도 미친듯이 높은 나라라구요. FTA완료되면 가격은 안 다운되고 관세만 떨어지니 장사참 잘 되시겠수? 다 병에 든 와인은 샵을 따로 구분해서 팔면서 차는 왜 그 모양으로 칸막이조차 안하고 파시나요? 가향이랑 스트레이트랑 구분도 안하고 쌓아두셨더만?
아 어제 ㅍㅅ 갔다가 디피보고 짜증났던 게 갑자기 포스팅에 퍼부어진 느낌이 좀 있습니다만.. 지금 이게 몇년째 반복되고 있는 어이가 가출하는 사태여서..
*백화점 쇼핑과는 상관없이 동네 터키 아저씨가 하는 식당에 들어가서 수프에 빵을 찍어먹고(비가 이틀째 내리 오던 날이라서 엄청 추워서 요리를 시키려고 들어갔다가 수프만 시키고 나왔다능..) 아저씨가 터키식으로 내줬던 찐하고 달콤한 터키식 아쌈홍차는 진짜 잊지못할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크흑 다시 마시고 싶다. 그 진하고 달고 향긋하고, 마시자마자 온몸을 따끈하게 데워주던 맛.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