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04 17:18
방안에 음반들을 정리해야하는데 ....시디는 도저히 엄두가 안 나서 두고, 테이프들만 안 보고 다 버렸다. 일단 보기 시작하면 하나도 못 버릴 것 같아서. 하나하나 테이프들에 담겨있는 이팔청춘의 향수를 이기기 힘들 것 같아서 탈탈 털고 분리수거를 하러 가져가는데 뭐가 하나 툭. 하고 떨어졌다. 보이조지가 음악을 했던 영화 the crying game 의 사운드 트랙이었다. (착각했는데 보이조지는 메인 테마만 맡았고 디렉터는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펫샵보이즈가 프로듀스한 여러 곡들을 대거 수용해서...정통파 하우스 스타일 신스팝이랑 스코어를 버무려 놨는데 곡들의 퀄리티가 상당히 높죠. 이 곡 역시도 원곡은 펫샵보이즈..)
이팔청춘이 지나 완연히 남성의 모습을 드러내고, 컬쳐클럽이 해산한 후 말년의 보이 조지가 만들어낸 기백어린 역작...형식상으로는 잘 만든 신스팝에 불과하지만 80년대에서 90년대로 넘어가는 사이의 문화적, 사회적 우울과 격변기의 에너지를 포용하고 있는 동시에, 자신의 전성기를 뒤로 한 스타가 하나의 시대에 안녕을 고하며 뿌리는 형언할 수 없는 품격이 있다.
난 솔직히 글램락은 일부러 천박한 컨셉을 갖고 있기도 하고, 어떻게 해도 별로 취향에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보이조지의 음악은 듣고 있으면 마치 흑백영화속의 여배우들이 뿌리는 희한한 아우라같은 것을 노래속에 느끼게 만든다. 중성적인 목소리가 그 뒤로 흔해진 탓에 단순히 외양만이 아니라 그냥 자기자신으로 존재했던 애니 레녹스나 데이빗 보위, 성적 정체성을 완벽하게 숨겨서 자신의 음악과 구분지었던 프레디 머큐리, 혹은 배째버린 펫샵보이즈와는 달리 완전히 디바의 이미지를 구현하는 보이조지는 글램이 아니고는 보기 어려운 스타였을 게다. 2002년을 마지막으로 음악활동을 거의 접다시피한 걸로 알고 있는데, 잘 모르겠다. 이전에 너무 곱게 생겨서 나이든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 지금은 그냥 눈화장한 아저씨(...)
얼핏 듣기에는 특별한 게 느껴지지 않을지 모르겠으나 저 사람의 전성기는 80년대라서 녹음기술도 음향 시스템도 지금같지 않다.마돈나가 동시대에 불렀던 곡들은 보그나 파파톨드미같은 상당히 지르는 곡들임을 감안하면 제대로 된 발성으로 저렇게 부른 것이다. 저런 보이조지가 노래 못 부른다고 타박들은 걸 보면 정말 80년대이전 가수들은 인간도 아니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_-;;; 노래방에서 불러보면 말도 안 되는 진가가 확인되는 ..제법 무서운 음역을 소유하고 있는데, 남성음역으로 바꿔도 여성음역으로 바꿔도 좌절을 맛보게 하는 곡이기도하다.(<-상당히 여러번 도전했던..)
이거랑 엑스파일 컴필레이션은 진짜 버리기 싫은데.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지만 어차피 테이프 재생하기도 쉽지 않아서 눈딱감고 플라스틱 쓰레기통에 털어넣고 돌아섰다. 그럼에도 음악은 남아서..귓가를 맴돌고 있다. 음악을 듣던 독서실과, 교실과 나의 친구들과....가슴이 저리다. 안녕.
비주얼이 890년대 초반답게 아직 80년대를 벗어나지 못 하는지라 창을 일부러 줄였습니다.
원래 크라잉 게임 영화속에서 곡 자체가 여주인공(사실 남자)이 나이트클럽에서 부르는 곡이기도 하고..
보이조지답게 섹스어필도 좀 더 있고 하여간 좀 깹니다 으하하 ㅠㅠ